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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싸우는 교육 노동자로서의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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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0회 작성일 20-03-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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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싸우는 교육 노동자로서의 살이

                                                                                                                                                      박경필(26년 경력 대부분을 시흥에서 보낸 현장 교사)



 

흔히 교사는 보람을 먹고 산다고 이야기한다. 교사들은 대부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다만 보람의 내용은 다를 수 있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와서 오랜만에 인천을 방문했다. 석바위 쪽으로 운전을 하고 가다가 내가 졸업한 모교를 지날 때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현수막 때문이었다. 현수막에는 작년에 우리 모교 출신 후배들 몇 명이 서울대에 합격했고, 연고대에는 또 몇 명이 합격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직도 이런 반교육적인 현수막을 내거는 학교가 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고, 더욱이 그 학교가 내 모교라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불편해졌다. 동창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동창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학교의 자랑거리인데 당연히 현수막을 걸어야지라며 옹호하는 동창들도 있었다. 그들은 현재 변호사, 약사, 기업 관리직, 그리고 야구부 출신이었다. 그에 반해 내 의견에 동조하는 동창들도 있었다. “이제 저런 거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한 친구들은 대개 서울대나 연고대를 나오지 않은 동창들이었다. 나는 저런 현수막이 왜 문제인지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결국 대부분의 동창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예를 나는 저런 현수막에서 찾을 수 있다.

일류대를 나와야 교육이 성공했다는 야만적인 생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것은 우선 일제의 잔재이다.

예전 군국주의 시대 일본에는 그런 현수막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몇 명이 일본군에 지원하여 천황 폐하를 위해 싸우고 있고 심지어 몇 명이 전사를 해서 우리 지역을 빛나게 하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 소름끼치는 내용이지만 그것이 통했으니까 현수막을 걸었으리라 생각해볼 수 있다.

꼭  일류대를 나와야 사람으로서 구실을 하고 그 학교의 이름을 빛냈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당연히 없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인생이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을 가치 있다고 자부하며 지내는 것이 더 성공한 교육 사례일 것이다.

또 하나! 그 학교에는 대학에 바로 입학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한 해 더 입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일류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성공의 사례라면 입시에 재도전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실패의 사례인가? 아무리 대학입시가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대학입시라는 생각을 한다. 대학이 서열화되고 고교가 서열화되고 인생이 서열화되는 통로로서의 대학입시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 어떻게 만 열여덟 살에 본 한 번의 시험으로 칠십 년의 인생이 결정되는 야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인지 너무 안타깝다.

입시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기르고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할 일을 찾아가는 그런 학교 교육은 입시제도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전교조의 시작도 대입제도 개혁을 주장하며 비롯되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외침은 31년 된 전교조의 계속된 요구이며 가장 큰 바람이다. 우리 전교조 교사들은 그런 입시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도 현장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박근혜 정권의 탄압으로 법외노조로 내몰려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학생들이 가장 행복한 학교를 위해, 그리고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 전교조 교사들은 바로 이런 활동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아참, 우리 동창들은 식당에서 모두 모교에 전화를 걸어 현수막을 내리라고 항의했다.

모교 근처에 사는 친구에 따르면, 현수막은 이틀 뒤에 내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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